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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4월 미얀마 소식
작성자   이경희   작성일 2022-04-14 10:52:36 조회수 74

[미얀마 르포] 최대 물축제 띤잔…군정과 시민들 '따로 따로'인쇄하기

군정, 무대 만든 뒤 '참석 강제'…"못 나오면 사람 사게 돈 내라"
시민들 없는데 물만 뿌려대…아이들은 동네서 물뿌리며 띤잔 즐겨


군정이 만든 무대에서 물만 뿌려대는 직원들. 2022.4.13
군정이 양곤 피플스 파크 바깥에 마련한 무대에서 직원들이 텅빈길바닥에 물을 뿌리는 모습. 2022.4.13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양곤의 시청 앞 광장은 연중 최대 행사인 전통 설 '띤잔' 물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곳이다.

이 광장은 과거에는 수많은 시민이 몰려들어 물을 뿌리고 맞는 흥겨운 축제가 펼쳐졌다.

하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2월1일 쿠데타 사태로 유야무야됐다.

올해 군정은 띤잔 연휴 시작일인 13일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띤잔 띄우기'를 시도했다.

양곤시 당국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이 긴장을 풀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활기찬 띤잔 축제를 준비했다"고 한참 전부터 선전전을 벌였다.

2019년 양곤 시청 앞 물 축제 무대 현장.(자료사진) 2019.4.13.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 시민들은 그런 군정의 '배려'를 잘 즐겼을까.

기자는 오전 9시 시작되는 시청 앞 물 축제 무대를 직접 보기 위해 1시간30분 전에 양곤시 노스다곤구 집에서 차를 타고 출발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이 시간에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찬 트럭들이 음악을 크게 틀어대고 줄지어 '물 맞으러' 나가곤 했다.

그러나 이날 시청으로 향하는 시내 도로는 휑했다.

물 축제기간에도 텅 빈 도로
양곤 대학로 레단 사거리 삐로드의 텅 빈 도로. 2022.4.13.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 대학로인 레단 사거리 삐로드의 넓디넓은 도로는 적막했다.

이 때문에 평소같으면 한 시간도 더 걸렸을 시청까지 약 25분 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띤잔을 즐기라'는 당국의 선전과는 달리 군경은 시청 인근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접근을 막았다.

양곤 시청 앞으로 향하는 도로를 전면 봉쇄한 미얀마 군경. 2022.4.13.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물축제 무대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바리케이드 저 안쪽 무대에서는 큰 음악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자세히 보니 사람을 가득 실은 양곤시개발위원회(YCDC) 버스만이 군경 바리케이드를 통과하고 있었다.

전날 미얀마 SNS에는 YCDC 직원들과 공무원 아파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구당 2명씩 '강제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참석할 수 없다면 참석자를 살 돈을 대신 내라며 강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쉐다곤 파고다 서문 쪽에도 군정이 마련한 물 축제 무대가 있다는 전화를 받고 시청 앞에서 그곳으로 차를 돌렸다.

근처에서 역시 검문이 있었지만, 시청 앞처럼 막무가내로 막지 않았다.

검문을 통과해 쉐다곤 파고다 서문 인근 '피플스 파크'에 도달하니 군정이 만든 물축제 무대가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가관이었다.

무대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대여섯 명의 남성이 무대에서 호스로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그들이 뿌린 물만 애꿎게 아스팔트 바닥을 적셨다.

결국 군정이 강조한 '시민들이 즐기는 띤잔 물 축제'는 그들만의 잔치였던 셈이다.

양곤 노스 오깔라빠구의 한 마을에서 물 뿌리는 어린이들. 2022.4.13.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그렇다면 이날 양곤 시민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현지 SNS에서는 전날까지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군정이 만든 무대에는 가지 말자' 등의 내용이 활발하게 공유됐다.

지난해 2월1일 쿠데타 이후 유혈 탄압으로 1천7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군정이 마련한 행사에는 비록 연중 최대 명절이라도 동참하지 말자는 것이다.

각자 집이나 쇼핑몰, 공원 등에서 가족 및 친지들과 조용히 띤잔 연휴 첫날을 보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갈 뿐이었다.

귀가하는 길에 양곤 외곽의 한 작은 마을을 찾았다.

작은 마을에 들어서니 길가에 서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길 한가운데를 지나는 트럭을 향해서도 바가지에 물을 담아 시원하게 뿌려댔고, 주민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즐거운 웃음과 미소를 피워냈다.

쿠데타 발발 14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군부가 권력을 잡고 무력을 휘두르는 엄혹한 상황에서 실로 오랜만에 보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될 거라는 군부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올해 띤잔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군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결기가 또렷이 드러나는 행사로 기억될 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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