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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5월 미얀마 소식
작성자   이경희   작성일 2022-05-11 14:58:49 조회수 77

 

[미얀마르포] 양곤 주유소마다 차·오토바이 수백m…"기름 없다더라"


군정 "기름 충분" 해명에도 주유소 북새통…한때 제한 급유도

'외화 짯화로 강제 환전'에 달러 모자라 원유 수입 어려움 분석 나와


양곤시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로 가는 도로의 한쪽 차선을 차지한 채 1㎞ 가량 줄지어 기다리는 오토바이와 차들 2022.4.20(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시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로 가는 도로의 한쪽 차선을 차지한 채 1㎞ 가량 줄지어 기다리는 오토바이와 차들 2022.4.20(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군부 쿠데타 15개월째로 접어드는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에서 주유소마다 차와 오토바이가 수 백m씩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지난 19일 발생한 이 상황은 20일에도 이어졌다.

미얀마 전통 새해인 지난 17일 밤 SNS에 올라온 한 저유 시설 직원의 글이 촉매제가 됐다.

이 직원은 "양곤 띨라와 항구의 휘발유 저유탱크가 비어가는데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매체인 이라와디 타임스의 "띨라와 항구 저유소에 기름을 넣지 못한 탱크로리가 줄지어 서 있다"는 내용의 18일 보도도 한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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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 시내 주유소로 향하는 도로에 길게 늘어선 차 행렬

양곤 시내 주유소로 향하는 도로에 길게 늘어선 차 행렬 2022.4.19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고, 차량은 500m 이상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2.4.19(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고, 차량은 500m 이상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2.4.19(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기자는 전날 오후 차와 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선 양곤의 한 주유소를 찾았다.

오랜 대기 시간 때문이었는지 가까스로 차에 기름을 넣는 운전자들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

주유소 인근 도로에서 만난 택시 기사 먀 한(가명·33)씨는 기자에게 "기사들 사이에 빨리 기름을 넣어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기름이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우린 먹고 살 수가 없으니 정말 큰 일"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다른 주유소로 가는 도로에도 한 차선을 차지한 차들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늘어서 있었다.

양곤시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로 가는 도로의 한쪽 차선을 차지한 채 1㎞ 가량 줄지어 기다리는 오토바이와 차들 2022.4.20(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시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로 가는 도로의 한쪽 차선을 차지한 채 1㎞ 가량 줄지어 기다리는 오토바이와 차들 2022.4.20(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이러다 보니 차량 소통이 많은 도로에서는 때아닌 교통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차량을 이용해 자영업을 하는 느웨인(가명·45)씨는 "주유소 주변 도로가 너무 막히는 걸 보니 주유소가 있는 곳을 피해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전날 오후엔 일부 주유소에서 제한 급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1대당 옥탄가 92 휘발유는 3만짯(약 2만원), 옥탄가 95 휘발유는 5만짯(약 3만3천원)어치만 각각 주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곤 양킨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르 쌍(가명·34) 씨는 "본사 지시로 오후부터 제한 급유를 시작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제한 급유를 한다는 소식은 '기름이 없다'는 불안감을 더 부채질했고, 더 많은 차와 오토바이 등이 일거에 주유소로 몰렸다.

오후 3시께에 벌써 문을 닫은 양곤의 한 주유소. 2022.4.19
오후 3시께에 벌써 문을 닫은 양곤의 한 주유소. 2022.4.19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급기야 오후 2시가 넘어서면서는 기름이 떨어져 문을 닫는 주유소도 생겨났다.

다만 같은 날 오후 6시 이후로는 덴코, 뉴 데이 같은 대형 주유소 체인이 제한 급유를 해제했다.

시민들의 동요가 심해지자 군부 최고행정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전날 독립 방송매체인 DVB를 통해 "현재도 국가에 4천500만 갤런(1갤런=3.785L)의 기름이 비축돼 있고, 띤잔 연휴로 인해 늦어진 7천만 갤런의 기름도 곧 항구에 도착한다"며 불안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SAC 발표는 시민들의 불안함을 누르진 못했다.

기자가 이날 오전에 돌아본 주유소 몇 곳에서는 SAC 발표를 믿지 못하는 많은 차와 오토바이들이 여전히 줄을 서서 기름을 넣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기름통을 싣고 온 트럭도 있었다.

본인을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이 트럭 기사는 "군정 발표를 믿을 수가 없어서 25L(리터)짜리 기름통 4개를 사서 왔다"며 "무제한으로 팔겠다고 했으니 살 수 있을 때 사놔야 한다"고 했다.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고, 차량은 500m 이상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2.4.19(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노스다곤구의 한 주유소.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고, 차량은 500m 이상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2.4.19(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수요가 단시간에 급증하다 보니 기름가격도 며칠 새 많이 올랐다.

가장 많이 팔리는 옥탄가 92 휘발유 1L 가격은 18일 1천730짯(1천150원)에서 19일 1천891짯(1천261원) 그리고 이날은 1천940짯(1천300원)으로 이틀 만에 200짯(약 133원)이 넘게 치솟았다.

이번 '기름 난리'는 이달 초 중앙은행이 발표한 외화 강제 환전 조치로 인한 후폭풍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앙은행은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벌어들인 모든 외화는 은행을 통해 하루 이내에 미얀마 짯화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외국환관리법을 발표했다.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 제재로 달러화가 부족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를 놓고 수입업체들이 해외에 지불할 달러화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번에 그것이 현실화했다는 얘기다.

석유업계 한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수입업자들이 원유 공급자에게 지불할 미 달러화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2월1일 쿠데타 이후 악화하는 경제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미얀마 국민은 정전에 이어 이제는 생계유지에 꼭 필요한 차나 오토바이에 넣어야 할 기름까지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5. 4월 미얀마 소식